포도 공화국
2편: 와인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 본문
성정호
- 직군: 와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 형태: 법인사업
- 소속: 와인루트
- 직함: 대표
1. 와인 업계에 들어오기 전, 본인의 학력, 경력 백그라운드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민족사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UIUC (University of Illinois Urbana-Champaign)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학사 졸업 후 전문성에 대한 목마름으로 펜실베니아 대학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전기공학 석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공부를 해보니 학사 수준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어 석사를 중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규모의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티몬, 리디북스 같이 큰 회사에서도 일을 하며 사업개발, 인수, 투자 등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2. 본인의 백그라운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도움이 되었나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째, 혼자 수많은 일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은 제가 사업체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성장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둘 째, 시장에서 얻는 정보를 구조화해 문제를 정의하고, 구체화하고, 해결 방법을 도출해 내는 능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말하고 보니, 이것은 비단 와인 사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에 도움이 되겠네요. 와인으로 좁혀본다면, 학력과 경력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해외에서 생활하며 와인을 일찍 접할 수 있었던 환경, 논리를 추구하는 공대생의 이과적 마인드,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성향 등이 한데 모여 애호가 수준을 뛰어넘어 10년 넘는 세월을 와인에 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와인샵 사장님, 소믈리에, 업계 관계자분들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시간이 와인 시장을 이해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3. 와인 쪽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개발자 2명, 영업, 운영, 기획을 담당하는 사람 2명 (저 포함)으로 2021년 3월에 와인루트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와인 시장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의 전산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당시 제가 꾸렸던 팀이 가장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와인 시장에 대한 이해, 통찰, 사업개발 및 운영 경험, IT 제품에 대한 기획력, 개발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 팀은 저희가 유일하지 않을까, 그래서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생산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4.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시작했나요?
와인 수입, 유통, 판매 등 모든 프로세스에 걸쳐 정량적인 분석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부재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비효율 해결은 정보 전산화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전산화된 정보, 정리된 정보를 가지고 수입, 유통, 판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더 큰 시장에도 적용 가능하겠다는 그림이었습니다.
좀 더 좁혀서 말하자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눈에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당시 와인샵의 홍보 및 결제 시스템에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정말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와인샵에서 상품 홍보가 나가면 매니저 1명 혹은 2명이 수십 수백 명을 일일이 대응하는 소모적인 방식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대응 시간도 늘어지고, 고객 만족도는 실시간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습니다.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가 시작이었습니다.
저희는 아이템과 팀 역량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처음부터 투자금을 받고 시작했습니다. 초기 1년 운영에 무리 없는 수준의 금액이었습니다.
5. 와인루트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와인 소매점이 와인 상품 및 행사 정보를 소비자에게 편리하게 공유하고 비대면으로 결제할 수 있는 B2B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저희 팀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와인 소비자와 와인 소매점 간의 거래가 일어나면 거래에 대한 솔루션 이용료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방식을 통해 유의미한 양의 데이터를 쌓고 이를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단계가 오면 새로운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6. 미래 성장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많은 소매점이 와인루트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한 성장은 어느 정도 달성했습니다. 그 다음은 지금껏 확보한 데이터 자산을 통해 소매점과 거래 관계에 있는 다른 군, 즉 최종 소비자, 수입사, 도매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 고민 중입니다. 와인루트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위 내용은 2024년 1월 인터뷰입니다. 2025년 4월 현재, 와인루트는 사업 확장과 더불어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했고, 비즈니스 모델은 다각도로 발전했습니다. 수입사의 영업과 홍보를 도와주는 발주/홍보/시음회 사업과 식당 와인 세일즈 고민을 해결해 주는 와인 디렉팅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7. 와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와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다루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첫 째, 무엇을 다루느냐가 아니라 남들보다 얼마나 차별적으로 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둘 째, 그 차별적 경쟁력이 사회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에 따라서 벌 수 있는 돈이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에 비례해서 돈은 따라오지 않을까요?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진리입니다.
8.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회에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변화를 주는 것이 삶의 목표인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표도 존중하지만, 저와 같이 일할 사람은 아닙니다. 사회에 내 이름 석자는 새겨봐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또한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9. AI가 현재 일하는 회사, 혹은 하는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원히 지속될 직업은 적습니다. 이른 미래에 AI를 필두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파도 뒤에 파도처럼 계속 나타날 것입니다. 변화의 속도는 해가 갈수록 빨라지겠지요. 핵심은, 변화의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과, AI를 활용해서 나의 가치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는 태도입니다. 결국 개개인의 역량입니다. AI를 잘 활용하는 소믈리에, AI를 잘 활용하는 브랜드 매니저, AI를 잘 활용하는 와인 사업가가 되어야 하지, AI가 나의 직업을 위협한다, 내 일은 AI와 크게 관계없다는 마인드는 천천히 끓는 물에서 헤엄치는 개구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10. 와인 업계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1등 할 수 있는 것을 찾길 바랍니다. 분야를 좁혀서 시작해도 좋습니다. 1등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와인은 국내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100등에게 많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서울시 1등이 아니라, 관악구, 그보다 작은 구역에서라도 가장 잘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가 좋습니다. 목표를 작게 잡더라도, 그 안에서 1등을 하면 다음 목표에서도 1등을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 비전을 가지고 시작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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