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와인 학원 원장
정아영
- 직군: 와인 교육
- 형태: 개인 사업
- 소속: 서울스쿨오브와인
- 직함: 대표 및 원장
1. 와인 업계에 들어오기 전, 본인의 학력, 경력 백그라운드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학사와 서울대학교에서 국제통상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국제기구 OECD에서 저의 첫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근무지는 프랑스 파리였어요. 이직을 위해 귀국 후 한국정보통신정책원 (KISDI) 연구원으로 재직했습니다. 이곳에서는 국제 협력 관련된 업무를 주로 맡았습니다.
2. 본인의 백그라운드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도움이 되었나요?
아무 영향 없었습니다. 다만 업무 특성상 익혀야 했던 영어와 프랑스어가 와인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영어 보고서를 썼던 경험이 WSET 디플로마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디플로마는 영어 말하기보다 쓰는 속도가 원어민 수준으로 빨라야 수월하게 합격할 수 있거든요. 물론, 내용이 정확하다는 전제 하입니다.
3. 와인 업계에 언제 들어왔고 와인 쪽 일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저희 남편이 건축가에요. 저를 보면서 건축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을 반짝이는데, 그게 그렇게 꼴 보기 싫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저는 당시에 제 일을 정말 싫어했어요. 사실은 엄마가 좋아하는 직장이기도 했고.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 마음 먹고 직장을 그만뒀습니다.
와인 업계는 2018년에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와인 수입사에 취업해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와인 유통부터 마케팅, 브랜드 교육 등을 관리하는 일이었어요.
4.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시작 했나요?
거창하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연봉도 상당히 많이 삭감했는데, 그것을 다 감안하더라도 재미있게 일하고 싶었습니다. 몇 년 후에 무슨 일을 하고, 얼마를 벌겠다, 이런 뚜렷한 계획은 없었어요. 다만, 소위 괜찮은 직장에서 5년간 근무했기 때문에, 돈이 조금 적어도 재미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던 고민은 2가지였어요. ‘과연 내가 돈을 적게 벌어도 그것을 감내하고 와인에 대한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가?’ ‘내가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산업인가?’ 이 고민은 직장 그만두기 1년 전부터 했습니다.
와인 업계에 어떤 직업이 있는지, 직군은 무엇이 있는지 조사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프랑스어와 영어가 유창했기 때문에 와인 수입사 쪽으로 일하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5.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2022년부터 와인 학원 ‘서울스쿨오브와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표이자 원장으로서 운영과 교육을 모두 담당하고 있어요. 저희 비즈니스 모델은 교육 사업입니다. 2024년 현재 국제 와인 전문가 과정인 ‘WSET’와 ‘Wine Scholar Guild’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고, 처음 오신 분들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 WSET lv 3를 이수하신 분들을 위한 심화반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9월 이후에는 와인 수입사 행사가 몰려있어요. 오너 초청이라든지, 와인 메이커 초청 행사를 와인 수입사와 콜라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를 제외하고 총 2분의 강사님이 합류하셔서 총 3명의 강사가 수업합니다. 모두 풍부한 업계 경력과 뛰어난 강의력을 지닌 분들이십니다. 강사님들의 특장점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홍보할 때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6.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교육 사업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교육 사업이라는 것이 노동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일을 벌리는 만큼 시간과 노동력이 비례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일과 삶의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너무 욕심내면 몸과 마음이 금새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장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면서 운영하고 싶어요.
7. 와인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인생을 바꿀 만한 큰 돈은 벌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자 스스로 먹고 살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돈은 벌 수 있어요. 큰 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는, 작은 시장 규모 때문입니다. 와인 시장 규모가 작고, 거대한 소주와 맥주 시장, 거기에 대체 주류와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요. 내수 시장의 확장이 획기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이 흐름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행복하게 일하면서 먹고 살 만큼 벌 수 있으니 업계로 들어오실 분들 환영입니다!
국내 와인 산업에 여러 분야, 직군, 직업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유통이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에 비해 법으로 허용되는 부분이 더 많아져서 유통 구조 혁신을 할 수 있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에 비해 더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뱅가드 와인 머천트'를 한 번 볼까요? 수입 – 유통 - 소매 판매를 직접 하기 때문에 타 와인샵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수직 계열화로 운영 효율을 높였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느냐 보다는 어떻게 벌 것이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8. 와인 교육 사업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주신다면.
와인 교육 시장을 살펴보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습니다. 비용 측면에서 국제 자격증 로열티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본원이 영국이나 미국에 있고, 그들에게 지불해야 할 금액이 상당해요. 그리고 교육 사업은 많은 학생이 쾌적하게 수업 들을 수 있는 큰 면적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 강사님 인건비와 수업에 사용되는 와인까지 고려하면 사업 초기에는 배 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로열티, 공간에 들어가는 비용 (임대료, 기타 비용), 인건비, 와인 비용과 함께 제한된 공간 활용도를 감안했을 때, 교육 사업의 폭발적 확장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9. 와인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금 회의적입니다. 온라인 수업은 와인 시음이 없거나 혹은 와인을 소분해서 받는 상황일 텐데요, 사람들이 수업을 듣는 이유 중에 시음이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와인을 마시지 않는 수업은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에 소분을 하더라도 품질 보장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100만 원짜리 와인을 소분한 상태로 받아본 적이 있는데요, 낮은 양의 이산화황을 넣는 생산자였던 탓에 와인을 시음했을 때 품질이 매우 낮아진 상태였습니다. 저의 이런 경험으로 말미암아 말씀 드리면, 원격 온라인 강의로 당장에는 돈은 벌 수 있으나, 고객 만족도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10. 책의 저자이기도 하신데, 저술로 어떤 효과를 얻었나요?
‘와인 좋아하세요?’ 책을 썼어요. 그런데 그 책이 저에게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책을 통해 유투브 채널에 출연해 인터뷰도 하고 여러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책도 나름 2천부씩 3쇄까지 발행되었고요. 하지만 책으로 번 돈은 거의 없습니다. 재정적인 기여 보다는 약간의 명예, 혹은 전문성 검증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전문성을 검증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1.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태도가 좋은 사람입니다. 학원은 교육 서비스업이에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친절함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캐릭터의 학생들을 관리하고 대하려면 친절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하는데, 생각보다 이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추가로 다른 역량을 갖추면 더 좋겠지요.
12. 와인 교육, 혹은 와인 교육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어떤 경험이 필요할까요?
교육을 해본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제가 교육을 업으로 삼을지 몰랐어요. 와인 수입사에 근무할 때 직원 교육을 담당했는데, 교육이 끝나고 여태까지 이해 되지 않았던 부분이 깔끔하게 다 이해됐다는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때 교육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또 하나, 남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처음 보는 불특정 다수 앞에서 떨지 않고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는 와인 자격증을 갖추는 것도 와인 교육 사업에서 중요합니다.
13. AI가 현재 일하는 회사, 혹은 하는 업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와인 교육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습니다. AI가 파급 효과가 크려면 사람을 대체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교육 시장 소비자들은 사람에게 배우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 같아요. 비단 와인뿐만 아니라 모든 배움의 영역에서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학생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Chat GPT나 다른 AI 프로그램의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도 있고요. 하지만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른 만큼 미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14. 와인 교육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신다면.
큰 돈을 벌려고 하거나, 일하는 모습이 그냥 좋아 보여서 와인 업계로 들어오려고 한다면, 저는 말릴 겁니다. 원래 벌던 금액보다 적게 벌어도 무방하고, 내 인생이 생각대로 잘 안 풀리는 순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데에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면 들어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와인 교육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두 가지 조언을 하고 싶은데요, 첫 번째로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좋아야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조리 있게 말을 이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전문성을 검증 받아야 합니다. 영어 수업만 해도, 토익 만점 받은 사람과 800점 받은 강사 중 학생이 누구를 선택할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이 두 가지를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